꿈의제인이라는 영화는 현실과 주인공 소연의 꿈 속 이야기가 뒤섞여서 이해하기 다소 난해한 영화다.
정말 집중해서 보지 않으면 '이게 뭐지? 저 사람들이 왜 또 등장하지?'라는 생각이 들것이다.
이야기의 순서부터 말하자면 영화의 앞부분에서 제인이 죽을 때까지는 꿈,그 다음부터 나오는 이야기, 그리고 다시 앞으로 와서 소연이 자살시도를 한 것 까지가 현실이다.
거꾸로 현실 -> 꿈 순서대로 이야기를 해보겠다
1.
어떻게 해야 사람들과어울리는지 모르겠는 소연의
"현실이야기"
주인공 소연은 아빠라고 불리는 병욱이 운영하는 청소년 팸에 소속했다. '아빠'는 집을 제공하는 대신 불법적인 일로 아이들을 술집에 나가게 하여 돈을 벌게하고 독재자로 군림한다. 소연은 부당한 일을 겪어도 혼자가 되는 것이 두려워 순종적이다. 팸 멤버들과 어울리지 못해도 꼭 붙어 있는 모습이 짠하다.
어느날 지수라는 아이가 팸에 합류한다. 지수는 소연과 달리 당차고 매력적이다. 평소 혼자 있는 소연을 잘 챙겨준다.
'아빠'는 일종의 신고식으로 지수에게 공금을 훔쳐갔다는 누명을 씌워 벌칙을 주겠다고 한다. 지수는 소연과 달리 거칠게 반항하고 그러다가 방에 갇히게 된다. 방에 갇힌 지수를 이용해 성매매를 시키는 '아빠' (나쁜 ㅅㅂㄹㅁ쉐키 '아빠' 아오 진짜 진자 여기서 엄청 열받았다.)
지수는 창문 밖으로 뛰어내린다. 죽더라도 탈출해야겠다고 생각했으리라.
(가운데 분 정말 연기를 잘하신다)
지수가 죽자 다른 멤버들도 아빠의 팸이 답이 없다는 걸 인지했는지 지수를 땅에 묻어준 뒤로 아빠를 떠나려하는데...
지수의 돈을 챙기려는 '아빠'와 멤버들이 살랑이를 하다가 결국 아빠는 죽게 된다. 그 일을 계기로 팸은 완전히 흩어진다.
팸에 살며 떠돌이 생활을 하는 멤버들도 지수와 아빠의 시신을 땅에 묻고 나니 착잡하다. 징글징글하다. 그 와중에도 소연은 자신이 혼자가 되는 것이 우선적으로 걱정된다. 소연은 혼자인 것이 두렵다. 결국 죽은 지수를 사칭하여 지수의 친구들을 만난다.
지수가 소연을 잘 챙겨줬음을 알고 있는 친구들은 이기적인 소연의 모습에 넌덜머리가 나고 소연을 버리고 떠난다.
완전히 혼자가 되어 떠돌던 소연은 제인을 만난다. 여기서 만난 제인은 현실이다. 제인은 뉴월드에서 쫒겨나는 소연을 쫓아와 손목에 입장 도장을 찍어주며 공연을 관람하게 해준다. 그리고 소연은 그 때부터 꿈을 꾸기 시작한다. 함께하고 싶었던 사람들과 함께 제인으로부터 따뜻한 사랑과 보살핌을 받는 꿈을.
2. 꿈(속)의 제인
제인의 보살핌 아래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이고 싶은
소연의 바램, 꿈 속 이야기
꿈을 꾸기 시작하는 시점은 영화의 첫부분. 소연이 팔을 그어 자살을 시도한 시점이다.
모텔에서 자살을 시도하는데 갑자기 누군가 문을 두드린다. 그것은 제인이다. (비현실적이다. 꿈이기 때문이다.)
제인은 상처를 치료해주고 손목을 그은 부분에 싸인펜으로 표시를 해준다. '그 부분은 간지러워도 건들지 마 ~' 다정하게 말해주는 제인(죽어가면서 꾸는 소연의 바람이다)
그리고 제인과 소연은 함께한다.
제인과 소연, 친구들이 함께 있는 장면은 모두 현실이 아니다. 현실에서 소연이 함께하고 싶었던 대상들이 함께하는 꿈이다. 꿈 속에서 소연은 제인의 따뜻한 보살핌 아래 죽은 지수와 지수의 친구들이 함께 지낸다. 꿈 속의 제인은 진정 '어른답게' 아이들을 보살펴준다.
왜 일을 시키지 않냐는 질문에
너네 어차피 커서 죽을 때까지 일해야하는데 뭐하러 일해.
왜 우리랑 함께 살아요? 라는 질문에
어차피 불행한 인생 혼자 살아뭐하니.
사람은 4명인데 이렇게 케익이 3조각만 남으면 말이야, 그 누구도 먹지 못하는 사람이 있어선 안 돼. 차라리 다 안 먹고 말지. 인간은 시시해지면 끝장이야.
소연은 그 꿈 속에서야 진정 사랑을 배운다. 그리고 함께 사는 법을 배운다.
현실에서의 소연은 그 사실을 몰랐던 것이다. 왜냐면 사랑을 받아본 적이 없기 때문에.
왜 제인을 대상으로
꿈을 꾸기 시작한 걸까?
소연은 왜 이런 꿈을 꾼 것일까?
소연은 계속해서 버림받는다.
가장 먼저 부모에게 버림받았을 것이다. 그리고 모텔을 함께 전전하던 정호오빠도 떠나가고 지수언니까지 떠나간다. 잘해주는 지수언니와 함께 있는 동안에도 지수언니는 또 돌봐야하는 가족인 동생이 있기에 언제까지나 함께할 수 없는 관계임을 소연은 느끼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소연은 의지할 대상이 없다. 언제든 혼자가 되어도 이상할 게 없는 현실이다.
그런데 현실 속 제인이 이런 말을 한다.
"저는 어찌할 지 몰랐어요. 어떻게 하면 사람들 곁에 머물 수 있는지 방법을 몰랐죠. 특히나 제가 사랑하는 사람들은 모두다 제 곁을 떠났어요. 그들 중 몇몇은 제게 이렇게 말하더라고요. '넌 영원히 사랑받지 못할거야. 왜냐면 넌 사랑받고 싶어서 누군가를 사랑하거든. 그렇게 저는 여전히 혼자인 채로 살고 있습니다.
제 진심이 언젠가는 전달될거라 믿으면서요. 어쩌다 이렇게 행복하면 됐죠. 그럼 된 거예요. 자 우리 죽지말고 오래오래 불행하게 살아요. 그리고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또 만나요. 불행한 얼굴로."
제인의 말이 마치 소연에게 내미는 위로같다. 언제나 혼자가 되는 것이 두려운 소연에게 용기를 주는 말이다. 그리고 무대에서 제인은 소연을 바라본다. 마치 정말 소연을 위한 위로의 말이었다는 듯이. 소연은 제인을 바라보며 미소를 짓고 영화는 끝이 난다.
그래서 소연은 어떻게 됐을까
소연의 꿈 속에서 제인은 우울함을 견디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꿈 속에서 아이들은 제인을 잘 묻어주고 떠난다. 함께 떠났을까? 아니면 뿔뿔이 흩어졌을까? 여기에서 꿈이 깨지며 과거의 현실로 돌아온다. 여기 꿈이 깨지는 시점에서 소연이 죽었을지, 아니면 살았는지 알 수는 없다. 하지만 만약 살았다면 그 다음에 마주하는 현실에서는 함께하는 방법을 알지 않았을까?
사랑받기 위해서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먼저 손을 내밀고 진심을 전달하면 된다는 것을 깨달았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죽었다는 가정도 가능하다. 불행하게 오래오래 살자던 제인도 소연의 꿈 속에서 결국 자신의 사랑이 이루어지지 않아 상사병을 앓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으니 말이다.
꿈의 제인 깨알 몽환 포인트
꿈의 제인은 현실과 꿈의 순서가 섞인 영화이니 만큼 특유의 몽환적인 포인트가 잘 살아있다. 특히 영화 전체적으로 깔려있는 보라색. 일렁이는 보라색 기운이 몽환적이다. 꿈 속에서 제인이 훔쳐온 미러볼이 집에서 작동하면서 내는 몽환적인 불빛, 현실 속 제인의 무대의 푸르고 보라빛의 색감. 그리고 특유의 bgm도 몽환적인 느낌에 한몫을 더했다.
그리고 몇 가지 소품이나 장소, 인물이 꿈과 현실에서 겹치기도 하고 달라지기도 하는 점이 재미있다. 제인이 자살을 했을 때 감싸줬던 자주색 담요는 현실에서 지수가 죽었을 때 아이들이 지수를 감쌌던 담요이기도 하다. 꿈 속에서 제인과 함께 살았던 집은 현실에서 제인과 함께 일하는 업소 언니의 집이다. 참고로 이 업소 언니는 소연의 꿈 속에서 소연을 보살펴주던 쉼터 선생님으로 등장한다. 우리도 꿈을 꿀 때 현실 속 대상이 꿈에서 약간 비틀어 다른 대상으로 나타나기도 하는데 그런 점을 표현한 것 같다.
그 외에도 꿈 속에서 일어나는 비현실적인 일들. 모텔에서 자살시도를 하는데 제인이 들어온다든가, 달에게 오라이 오라이 이끌었더니 달이 정말 다가오는 듯한 효과 등이 있다. 처음에는 이게 꿈 속 장면인지 모르고 보기 때문에 단순한 재미를 위한 효과라고 생각했는데 꿈 속이라는 것을 알고나서 보니 더 몽환적으로 다가온다.
개인적으로 이렇게 오묘한 느낌의 영화를 좋아한다. 조금은 혼란스럽긴 하지만 그 혼란스러움을 이해하려고 하는 과정이 재미있기 때문이다. 꿈의 제인은 단순히 오묘할 뿐만 아니라 꿈보다도 더 말도 안 되는 척박한 현실의 상황들을 잘 묘사해서 더욱 인상깊었다. 비슷한 계열(?)의 영화 <박화영>도 현실이라기에 너무 비참한 방황하는 청소년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영화였는데 <박화영>의 주인공 배우님이 꿈의 제인에 깜짝 등장하기도 해서 그런지 박화영 영화가 자꾸 떠올랐다.
박화영에서도 그렇지만 꿈의 제인 속에서도 방황하는 청소년들은 보호를 받아야할 적절한 시점에 보호를 받지 못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심지어 꿈의 제인에서 지수의 성매매를 알선하던 '아빠'라는 청소년 병욱도 어릴 적 엄마가 성매매를 하는 것을 알면서도 견뎌야 했던 불행한 기억을 가지고 있다.
영화가 끝나고 나서 마음에 자꾸 밟히는 것은 의지할 곳 없는 소연의 간절함이었다. 그 간절함을 어루만져준 제인의 마지막 대사는 많은 사람들이 명대사, 그리고 명장면으로 꼽는다. 특히 구교환 배우의 연기... 정말 대박이다. 그 긴 대사를 잠시도 딴 눈 팔지 않게 잘 읊는다. 그리고 위로가 되고 기억에 남는다. 그 긴대사가 머리에 남기가 쉽지가 않은데. 작가의 필력도 좋았겠지만 구교환이 연기한 제인의 몸짓과 말투가 함께 매치되면서 머리에 멤돌고 위로가 됐다. '어쩌다 행복하면 됐죠.' 불행이 언제든 닥칠 수 있는 우리들의 인생에 힘이 되는 문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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